이락에서 온 편지


이 목사님,


 



그 동안도 평안하신지요?



 


사모를 위한 기도의 부탁 만을 올리고 연락이 늦어졌습니다. 송구한 마음 있네요. 아내는 그저께 8월 31일에 방사선 치료를 완료했습니다. 동시에 2회의 항암치료도 끝냈습니다. 앞으로 1월까지 한달에 1회(연속하여 월화수)씩 4회를 더 하면 항암도 끝납니다. 아내의 질녀가 한국에서 들어와서 고모를 돌보고 있습니다. 머리가 다 빠진다든지 하는 정도의 고통은 아닌 듯한데, 다소 힘들어하면서도 잘 견디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아내의 투병 중에도 감사한 것은, 이제 고3(최종학년)이 된 큰 아들과 좋은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었던 것입니다. 풋볼만 고집하던 아들이 마음을 전향해서 육군사관학교로 갈 수 있도록 마음을 굳히고 있습니다. 이 준비를 위해서 주지사, 상원의원, 부통령의 추천서를 받아야 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제가 본토에 있는 동안 그 일을 처리해 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여전히 풋볼은 계속 하면서도 학업을 잘 해 주니 그것도 감사하고요. 둘째 아들은 새로 시작한 중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배운 피아노와 바이올린 등을 중학교에서도 계속 하게 되니 그것도 감사하네요.


 



목사님, 저는 지난 주말에 쿠웨이트를 경유하여 이라크에 다시 들어와 이전에 근무하던 곳에서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약 2개월 반 정도 자리를 비웠더니, 제가 사용하던 컴퓨터를 비롯하여 모든 시스템이 사용불가한 상태였습니다. 지금은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다소 마음이 안정이 되는군요.


 



아직은 기지 밖은 여전히 위험한 상황입니다. 우리 부대의 임무는 이라크 북쪽에서 이 기지로 철수하는 모든 병력을 남쪽으로 안전하게 빠질 수 있게 하고, 종래에는 우리도 기지를 폐쇄하고 이동하는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미국 대통령이 말한 바처럼 12월까지 끝내는 것인데, 특별한 변수가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중대규모로 외부 기지에 흩어져 있던 병력이 많이 이곳 모체 기지로 들어와 있어서, 저는 예전보다는 바깥 작전 활동에 많이 참여할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대신 모체 기지에 있는 병력들의 정신훈련과, 트라우마 상담, 예배인도, 등에 다소 주력해야 할 것 같군요. 어떤 모양이든지, 하나님께서 도와 주셔서 사역은 오히려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인생을 이모저모로 빚어가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면서, 지금까지 지내온 세월보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제 인생, 제 가정이 만들어져갈까? 궁금한 마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하루하루에 충실하다보면, 지금은 보지 못하지만, 언젠가 바라보게 될 또 다른 아름다움이 하나님의 손길 안에서 만들어질 수 있음을 믿습니다.


 



목사님, 또 연락올리겠습니다. 사모님께도 안부해 주십시오. 기도해 주심을 다시 감사드리며 이만 줄입니다.


 




이락에서


 




유천석 올림.


 

This entry was posted in 2014년 이전 자유게시판. Bookmark the permalink.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