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15
하나님이 행하셨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파푸아뉴기니에는 모든 지역에 HIV가 펴져있다. 그래서 수도 폴트 몰스비나산악 지역인 고로가 도시에서도 AIDS는 “스스로 지켜라”라는 대형광고 판을 볼 수가 있다. 코라 부족에도 HIV는 물론, 말라리아와 이질, 그리고 피부가 나무 껍질처럼 변하다가 온몸을 덮고 나면 죽는 이름도 알 수 없는 각종 피부병이 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벌레로 인하여 발생하는 병들이 있는데 부족의 형제들과 오래 동안 지내다 보면 손목을 시작으로 발목 그리고 온 몸으로 스케이비스(Scabies, 한국말로는 옴이라고 함)라는 피부 속에 서식하는 벌레가 쉽게 옮게 된다. 하얀 색의 투명한 네 발 달린 벌레는 너무 작아 육안으로는 보기가 어렵다. 악수를 하거나 안거나 또 부족의 움막에서 지내면 온 몸으로 스며든다. 피부 속에 서식하면서 빠르게 온 몸으로 퍼져 나간다. 심한 가려움을 일으키는데 많은 부족 사람들이 감염되어있다. 우리가 처음 부족에 들어 왔을 때에는 많은 어른은 물론 아이들은 손목과 발목에 긁은 상처로 누렇게 고름 띠를 두르고 있고 마치 치료가 불가능한 듯 보이고 한다.. 때로는 온 몸에 감염되어 가려움과 염증으로 고통 하는 여인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치료하였지만 너무 늦게 찾아와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경우도 있다, 온몸에 감염된 젖 먹는 아이는 엄마의 가슴도 다 감염이 되어 아이의 얼굴은 물론 몸 전체가 물집과 고름으로 고생하다 잃어버린 경험이 있다. 이 벌레로 인한 질병은 부족 사람들에게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부족 사람들이 지어준 꾸나이라는 야생 풀로 만든 움막에서 6년을 살았다. 그리고 문화와 언어 분석을 위하여 정글 속 부족 움막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어느 날 우리 몸에 스케이비스 벌레가 감염되었다. 온 몸에 자디잔 붉은 점이 생기고 그 점마다 가려워 긁으면 상처가 나고 진물이 났다. 가려움은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아무리 긁어도 가려움을 이기기가 쉽지 않았다. 밤 새워 긁고 또 긁으면서 “욥은 기와 장으로 긁었다는데 그 가려움이 바로 이것인가 보다” 하며 피가 나도록 긁어도 시원하지가 않았다. 피부 속의 벌레를 죽이려면 소독약 락스를 솜을 이용하여 옴 몸에 목욕하듯 바르고 백색의 스케비스 물약을 바르는데 약이 독하여 약한 피부에 바르게 되면 붉게 부풀어 오르기도 하였다. 독한 약 때문에 따갑고 아프지만 오히려 시원하게 느끼기도 한다. 이렇게 일주일 정도를 바르고 치료하고 나면 상처 난 곳이 굳어 지면서 가려움이 조금씩 살아진다. 물론 수건과 이불, 입었던 옷은 소독제로 빨아야만 한다. 가려움증이 얼마나 심하면 영국 선교사 부인은 치료 후 부족 사람과 악수를 할 때 두 손가락 끝만을 내밀어 악수를 하기도 하였다. “선교사가 어떻게 그렇게 하는가” 하겠지만 경험하고 나면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다.
가려움이 살아진 어느 날 마음에 “다시는 절대로 부족 사람들을 껴안거나 악수는 물론이고 부족 움막에서 지내지 말아야지” 하는 결심을 하였다. 결심을 한 그 날밤 말씀을 읽는 중에 마태복음 (5장46절)”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면 무슨 상이 있으리요 세리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이 말씀을 묵상하는 순간 온 몸이 얼어붙는 듯한 느낌이었다. 언제나 읽고 암기하고 있던 말씀이 오늘은 가슴 깊게 파고 들었다. “너는 너에게 잘해주는 사람만 사랑하느냐?,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라는 책망으로 다가왔다. 말씀을 읽는 순간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우리가 이곳에 왜 와 있는가? 라는 생각과 선교사라고 부족에 와 있으면서 부족 형제가 지어준 움막에서 그들과 같이 살아 온 지가 6년이나 되었는데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며, 같이 먹고 자고 서로 몸을 비비며 지내고, 가슴과 가슴을 대고 안고 사랑을 표현하였는데 그 동안 행한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이렇게 나약한 자인 것을 생각하며 스케이비스라는 벌레 때문에 다시는 그들과 악수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는 나의 모습이 너무도 부끄러워 기도하기도 힘들었다. 그리고 그 동안 나의 의지로만 행하였다는 것을 알게 하셨다. 그것도 나의 생각과 판단으로 부족 형제들을 평가하며, 지식과 경험에만 의지하고 그리고 감성에만 의존하고 나의 의지로 행한 모든 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게 하셨다. 본능 자체가 죄악 되었음을 알게 하셨다. 그리고 나에게는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사랑 즉 남을 사랑할 능력이 없다는 깨달음이 마음에 깊게 파고 들었다. 내가 행한 사랑이라는 것은 십자가의 주님의 사랑에 비하면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
특히 부족 사역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 관계는 평형(Balance)과 상식적인 기준을 유지 하는 것이다. 편애하고 있다는 것을 부족 형제들이 알게 되면 그들은 선교사에게 잘 보이기 위하여 행동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복음보다는 물질을 따라 행동하게 된다. 물질 이단주의가 있는 부족의 문화에서 이렇게 편애는 사역에서 방해요소일 때가 있다.
그런데 그 날 저녁 성령께서는 우리가 얼마나 내 중심으로 지냈는지를 하나하나 기억하게 하셔서 통회 자복하게 하셨다. 마치 우리가 선한 일을 한답시고 형제들을 편애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해 왔다는 것을 알게 하셨다. 부족형제가 찾아와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잘하면 그가 아프지도 않는데 “몸 아프지 않느냐? 약을 더 먹어라. 소금이 있느냐? 하나 더 가져가라”하며 편애한다. 대나무 통을 잘라 물통으로 쓰는 마을 사람들에게 빈 프라스틱 병을 모았다가 물통으로 사용하도록 나누어 주는데 우리에게 나물이라도 갔다 주는 여인에게는 크고 좋은 것을 주고, 언제나 빈손으로 찾아와 도와 주기만을 바라는 여인에게는 주지 않거나 작은 물통을 주며 편애를 한다. 그렇듯 언제부터인가 교회나 성도들이 보내온 물품을 나누어 주면서도 마치 내 것을 나누어 주는 것처럼 교만하며 편애를 한다.
모든 부족 사람들이 우리에게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소금이나 헌 옷을 나누어 줄 때는 그 동안 정글 속에서만 지내며 얼굴을 보이지 않던 형제도 찾아온다. 특별한 때에 돼지를 잡고 파티를 할 때면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사역에 필요한 일을 하거나 마을 공익의 일을 할 때는 적은 수의 부족 청년들만이 참여한다. 그때면 그들을 편애한다.
그리고 부족사람은 때로는 자신들의 유익에 따라 변 할 때가 있다. 코라 부족 사람들은 소금이 없다. 그래서 우리가 노인과 환자를 우선으로 조금씩 소금을 나누어 주고 있다. 그리고 청년들은 공공의 일에 참여한 사람 순으로 나누어 준다. 물론 예배에 참여 한 사람들에게는 어떤 다른 대가를 주지 않는다. 그런데 추장 아들의 경우 “자기 아버지가 하얀 사람에게 자기 땅을 사용하도록 주었으니 땅 주인은 마땅히 우리로부터 다른 사람들과 달리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권리 행사를 한다. 소금을 나누어 줄 때 자기에게 더 많이 주지 않는다고 언제나 불평을 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 우리를 향해 저주의 노래를 하며 각종 악령을 불러 우리가 병에 걸리거나 죽기를 밤이 새도록 노래 하기도 한다.
어떤 형제는“아버지가 정글에서 일을 하다가 병이나 누워있습니다. 약과 음식을 주십시오!” 라며 찾아온다. 우리가 먹는 쌀을 보고 후바아무 즉 개구리 알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라면을 마떼(회충)이라고 부른다. 청년은 “아버지가 후바아무와 마떼를 먹으면 병이 나을 것 같아 자기를 보냈다”며 도움을 청한다. 약과 음식을 주며 아버지가 병이 나으면 모셔오라고 하며 보낸다. 그런데 음식을 가져가 정글에서 자기가 먹어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런 거짓말로 우리를 속이는 형제들이 다시 찾아오면 마음속에서 “너는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나 두고 보자! 만약에 큰 병에 걸려도 결코 너에게는 약을 주지 않을 것이다. 죽어간다고 하여도 응급으로 부르는 비행기의 비용이 얼마인데 너를 위해서는 결코 사용하지 않을 거야”하며 결심 한다.
초창기에 부족사람들을 향하여 너희들이 우리를 너무 힘들게 하면 나는 이 집을 불 태우고 우리가 온 곳으로 돌아 갈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들에게 협박 하듯 말한 것이다. 그리고 내가 돌아 가겠다고 말하는 순간 하나님을 의지하고 말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나는 그런 죄인이다. 나에게 돌아 갈 나라 한국이 있다는 것과, 나를 반갑게 맞이해 줄 교회와 성도가 있다는 것과, 적어도 사랑하는 나의 두 아들과 며느리가 있다는 것, 그 순간 나는 세상에 속한 것들을 의지한다. 힘들고 어려울 때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한다고 기도하지만 그대로 행하려 할 때 여전히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육신에 속한 곤고한 자로 서 있다.
하나님 아버지! 이 소망 없는 죄인(a hopeless sinner)을 용서하시옵소서!
언제나 내 안에 죄로 인하여 용서를 구하며 끝없이 일어나는 죄의 방황에서 구원 하옵소서.! 이런 죄인이 거룩한 주의 일에 도구가 되게 해 달라고 한 무지함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악한 죄인이 선을 행한다고 죄악 된 의지로 행했던 죄를 용서하옵소서! 말로는 주의 일이라 하면서 언제나 나의 생각과 의지로 내 일처럼 행했던 죄인을 용서 하옵소서! 선한 일을 한답시고 교회나 성도는 이 선한 일에 당연히 물질로 동참해야 한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용서 하옵소서! 아버지! 이 세상적인 유혹에서 보호하시고 오직 주님 만을 믿음으로(by Faith) 의지하게 하옵소서!
하나님을 만나기 원 하나이다. 나는 소망 없는 죄인입니다.
소망이신 주님이 아니고는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I am a hopeless sinner, I am nothing.)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
파푸아뉴기니, 코라 부족에서 문 성(NTM 소속)